[case study] 하워드 언러, 복수의 화신

하워드 언러 사건은 1940년대 말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같은 종류 범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1949년 가을, 29세의 하워드 언러는 뉴저지 주 이스트 캠든의 방 세 개 짜리 초라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는 빈털터리였다. 인생의 목표도 불투명했고 직장도, 친구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었다. 동성애자인 언러는 동성애를 끔찍히 혐오하던 시대를 살면서 자신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우울한 삶을 살았다. 그는 1주일에 몇 번씩 필라델피아에 가서 알지도 못하는 이들과 애정없는 사랑을 나누고 돌아왔다. 다른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장난감 기차를 가지고 놀거나 지하실에 과녁을 만들어 놓고 사격 연습을 하면서 보냈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그는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여겼다. 2차 대전 당시 342 기갑부대에서 그는 타고난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고향에 돌아온 후엔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저 완전한 낙오자에 지나지 않았다. 언러는 대학에 가보려고도 했으며, 제대군인 원호법의 도움을 받아 템플 대학 약대에 입학했지만 석 달 만에 낙제하고 말았다.

 

언러는 이웃사람들이 등 뒤에서 자신에 대해 수군댄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늙고 힘없는 어머니에게 빌붙어 산다며 자신을 욕한다고 믿었다. 언러는 일기를 썼는데, 꼴보기 싫은 이웃들의 이름을 나열한 뒤 그 옆에 암호같은 문구를 함께 적었다. 가령 'ret.w.t.s'는 '적당한 때에 복수(retaliate when time suitable)', 'd.n.d.r'은 '지체없이 복수(do not delay retaliate)' 이라는 뜻이었다.

 

1949년 9월 6일 화요일, 마침내 복수의 날이 왔다.

 

아침 8시에 일어난 언러는 세수와 면도를 한 뒤 모직 양복과 하얀 셔츠를 입고 나비 넥타이를 맸다. 하워드는 주방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평소처럼 아침을 챙겨준 늙은 어머니는 이날따라 언러가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언러는 계란프라이와 시리얼을 먹은 뒤 지하실로 내려갔다. 잠시 후 무거운 쇠파이프를 들고 올라와 어머니를 거실로 불러냈다. 언러는 어머니를 때리기라도 하려는 듯 쇠파이프를 치켜들었다.


"하워드, 그걸로 뭘 하려는 거니?" 언러 부인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녀는 문으로 뒷걸음질을 쳤고, 겁에 질려 황급히 달아났다.

 

언러는 잠시 멍청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침실로 올라갔다. 그는 9밀리 권총과 클립이 두 개 장착된 33루스 카트리지를 들고 나와 거리로 향했다.

 

언러가 처음 들른 곳은 필채릭의 신발 가게였다. 주인인 존 필채릭은 구두창에 못을 박으려고 의자 옆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언러는 9시 20분에 가게에 들어섰고, 필채릭 앞에 섰다.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필채릭의 얼굴에 총을 발사했고, 머리에 한 발을 더 쏘았다. 그는 돌아섰고, 바로 옆집인 클락 후버의 이발소로 걸음을 옮겼다.

 

이발소의 후버는 오리스 스미스라는 여섯 살 된 소년의 머리를 자르느라 분주했다. 언러는 이발소에 들어서면서 "클락, 너에게 줄 게 있어." 라고 말했으며, 이발사와 소년을 그 자리에서 모두 쏘아 죽였다. 이발소에 소년을 데리고 왔던 엄마는 바로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죽어가는 아들을 향해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고, 언러는 무자비하게 그녀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10분동안 언러는 차분하게 이웃집들 사이를 걸어갔고, 마주치는 사람들을 전부 쏘았다. 희생자들 중에는 그의 과대 망상적 증오의 대상이던 사람도 있었고, 단지 그 시각에 길을 지나가던 무고한 이들도 있었다. 처음 총을 쏜 지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탄약이 다 떨어졌고, 그때까지 언러의 손에 죽거나 죽어가는 사람은 모두 13명 이었다. 그 밖에 중상을 입은 사람도 3명이 더 있었다.

 

언러는 아파트에 돌아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60명이 그의 집을 순식간에 에워쌌다. 거센 총격전이 벌어졌고, 언러는 결국 경찰이 뿌린 최루가스 때문에 집 밖으로 나왔다.

 

경찰은 언러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람, 당신 정신병자요?" 하고 물었다.

 

"난 정신병자가 아니에요. 내 정신은 말짱해요."라고 언러는 성난 듯이 대답했다.

 

하지만 주 정부의 생각은 달랐다. 언러는 정신이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판정을 받았고, 정신병원에 영구히 감금되었다. 

- 출처 : 연쇄살인범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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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세이 | 2008/09/24 22:12 | 법의학/연쇄살인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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