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의 위험 - 브루셀라 멜리텐시스(Brucella melitensis) 미생물/의학/독


브루셀라증 Brucellosis은 디프테리아나 소아마비처럼 옛날에 많이 나타난 병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발전된 시대에 산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전에는 대부분이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을 지는 소나 양의 젖을 먹고 이 병에 걸렸다. 그러나 이러한 보균 동물들은 점차 사라졌다. 물론 그 동물들의 새끼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감염이 예상되는 동물들을 도살하는 등의 정책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저온살균법도 이 세균을 없애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제 이 병은 살균하지 않은 우유로만 전염된다.

브루셀라 멜리텐시스(Brucella melitensis)

세 종류의 세균이 브루셀라증(이 병의 특징은 고열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으로 이전에는 파상열이라고 불렀다)을 옮긴다. 우선 양에서 찾아낸 것은 브루셀라 멜리텐시스이고, 소에서 주로 발견된 것은 브루셀라 아보르투스(Brucella abortus), 그리고 돼지에서는 브루셀라 수이스(Brucella suis)가 검출되었다. 종류가 뭐든 간에 이 세균에 감염되면 혈관은 물론이고 온몸에 이 세균이 가득하게 된다.  또한 세포에 침입하여 자그마한 혹을 무수히 많이 만들고 이병(罹病)조직에서도 종기를 만든다. 감염자는 주기적으로 고열에 시달리고 많은 땀을 흘리며 피로감과 두통 및 불쾌감을 느낀다. 그 밖에도 식욕이 떨어지고 관절과 근육에 통증을 느낀다.
브루셀라 아보르투스(Brucella abortus)


 브루셀라 수이스(Brucella suis)


우리는 달갑지 않은 이러한 감염과 원인균을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브루셀라증이란 병명은 1887년에 감염균의 한 종류를 찾아낸 영국의 열대병 전문가 데이비드 브루스 David Bruce 경의 이름을 딴 것이다). 브루셀라증은 스트렙토마이신과 테트라사이클린을 복합 처방함으로써 치료될 수는 있지만 치료가 빠르다거나 확실하지는 않다. 그 이유는 이 세균이 세포 내부에 살아서(다른 대부분의 세균들은 세포와 세포 사이 또는 장 같은 몸의 빈 공간에서 산다) 항생제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병을 성공적으로 퇴치하려면 몇 주 이상 지속적으로 여러 번 치료를 받아야 한다.

천연두 바이러스처럼 매우 독특한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병원균인 미생물을 완전히 박멸시킬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 바뀌거나 농업에서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는 등의 변화가 있을 때면, 미생물들은 그것을 기회로 삼아 심술을 부리듯이 다시 한번 <일>을 저지른다. 브루셀라 멜리텐시스도 비교적 근래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활동을 했었다.

이 사건은 네덜란드 남쪽 림부르크 Limburg 지방의 한 미용실에서 발생했다. 이 미용실에서는 1981년 10월부터 1982년 3월 사이에 15명이 찾아와 얼굴 피부 미용 마사지를 받았다. 한때 돌팔이 의사가 돈 많은 의사에게 장수하도록 해주겠다고 바람을 넣어 원숭이 내분비선 치료를 유행시켰듯이, 소에서 나온 태반과 태아 세포의 얼린 현탁액으로 향유를 만들어 마사지를 시술했다. 이러한 약물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었지만, 뒤이어 벌어진 사건을 보면 문제의 현탁액에 소의 이 세균이 포함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82년 3월 미용실의 첫번째 혐의가 드러났다. 이 지역의 개업 의사는 원인 모를 열병을 앓고 있는 57세 노인을 림부르크 뢰몬드에 있는 세인트 로렌티우스 병원으로 보내 검사받도록 하였고, 전문의는 이 노인의 병을 브루셀라증으로 진단했다. 병원 의료진은 환자의 혈액에서 브루셀라 멜리텐시스에 대한 항체와 함께 이 균을 검출해냄으로써 진단을 확정했다. 그리고 이 병균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한 역학 조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이 균을 얻었을 만한 모든 경로를 추적해 보았지만 병균의 근원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 환자는 가축과 접촉하지도 않았고, 이 균을 포함했을 법한 고기를 먹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미용실에서 미용 관리를 받은 적이 있었다. 조사자들은 미용실로 갔고, 그곳에서 환자에게 발랐던 현탁액을 찾았다. 이 현탁액에는 문제의 소 세포가 들어 있었다. 관련 기록을 조사한 결과 적어도 6개월 전에 또다른 14명이 동일한 치료를 받았음을 알아냈다.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14명 가운데 3명이 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사람은 독감을 앓았고, 다른 두 사람은 고열, 근육통, 두통, 무기력증, 심한 발한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였다. 당시에는 아무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했지만 분명히 이들 모두 소에서 감염된 브루셀라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5명 중 13명을 조사한 결과 확실한 결론을 얻었다. 조사자들은 미용실 고객의 혈액에서 브루셀라 멜리텐시스에 대한 항체를 찾을 수 없었지만, 13명의 미용실 고객 가운데 6명의 혈액에서는 항체를 발견했다. 다시 말해 현탁액 마사지를 받은 고객의 절반 정도가 감염되었고, 그 가운데 일부가 병을 앓았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동물에서 얻은 물질을 피부에 위험할 만큼 발랐다는 꺼림칙함은  둘째치고라도 어떤 균이 사라졌다고 판정된 오랜 후에도 그 균에 대한 경계를 쉽게 풀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브루셀라증은 또다른 방법으로도 유명해졌다. 가축에서 전염성 유산을 일으키는 대표적 세균으로 알려졌고, 이것은 다시 과학자들에게 왜 어떤 미생물이 특정 동물이나 식물 심지어 특별한 조직만 감염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했다. 디스템퍼(Distemper : 주로 강아지의 급성 전염병) 바이러스는 어째서 개만 감염시키고 침팬지에게는 해가 없는 것일까? 어째서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사람의 간에서만 병을 일으키고 신장에서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가? 연구자들은 병의 진행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적당한 치료법을 찾아내려는 희망으로 이러한 의문점을 풀어나가고 있다. 전염성 유산의 경우, 영국의 미생물학자 해리 스미스 Harry Smith 와 그 동료들은 왜 브루셀라 아보르투스는 소와 양 및 염소만을 주로 공격하는지 밝혀냈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이들의 조직에는 에리스리톨 Erythritol이라는 세균 증식에 유용한 물질이 아주 많이 들어있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에는 이 물질이 어느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들어 있지 않다. 그래서 브루셀라증을 일으키는 세균이 어느 특정한 조직을 찾아가지 않고 온몸에 고루 퍼지는 것이다.
개 디스템퍼의 특징적 증세


참고문헌 : 미생물의 힘 Power Unseen 
추가 정보 : http://www.cdc.go.kr/kcdchome/jsp/home/health/dii/HEALDII0001Detail.jsp?menuid=100219&contentid=3609&pageNum=0&sub=0&boardid=
한국질병관리본부 K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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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미노 2009/07/13 21:19 # 답글

    박테리아는 살균 소독이 답이죠..
  • 알렉세이 2009/07/13 21:41 #

    그렇죠. 그저 청결밖엔...
  • byontae 2009/07/13 21:26 # 답글

    역시 몸에 좋다고 먹고 바르는 것의 상당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법이지요(...)
  • 알렉세이 2009/07/13 21:43 #

    자연요법이라고 무조건 몸에 좋을거라는 믿음은 버려야 합니다. ㅇㅇ
  • 루카스 2009/07/13 23:02 # 답글

    피부미용하다가 브루셀라라니 --;;

    피부에 발라도 전염이 되는군요

    무섭당...
  • 알렉세이 2009/07/14 16:26 #

    피부에 발린 균은 분명히 얼굴을 만진 손으로 갔을 테고 그 손의 균은 여러군데로 퍼졌지요.-ㅅ-
  • Livgren 2009/07/13 23:05 # 답글

    차암...
    근거없이 막연하게 자연을 추구하는 건...
    이래서 과학 기본 틀을 배워야 한다니까..ㅠㅠ
  • 알렉세이 2009/07/14 16:26 #

    근데 학교에서 기본 틀 가르쳐주기가 쉽잖다는...
  • Livgren 2009/07/14 16:28 #

    아니오, 머 거창하게 모든 걸 다 배우자는게 아니라,
    최소한 화학1은 하고 화학2일부분 정도는 상식으로 알자는 뜻,
    저도 문과가려했는데 화학이 좋아서 이과라능...
  • 알렉세이 2009/07/14 16:28 #

    전 고등학교때는 이과였는데 대학교 오니 문과가 되어버렸죠.
  • Livgren 2009/07/14 16:41 #

    그래서 미생물덕후인건가요? ^^
    저의 양식 코스 포스팅 기대하시라~~
  • 호크양 2009/07/14 01:33 # 답글

    저도 Livgren님과 같은 의견, 동감합니다.
  • 알렉세이 2009/07/14 16:26 #

    데헷. 리브그렌님 답변 참조.
  • 로꼬 2009/07/14 18:49 # 답글

    오 좋은글입니다. 저는 전혀 모르는 분야이지만 제 누님은 잘 아실듯 하네요. 담에 보면 아는척좀 해봐야겠습니다 ㅎㅎ
  • 알렉세이 2009/07/15 11:08 #

    고맙습니다. 반가워요 :)
  • 운향목 2009/07/14 19:54 # 답글

    ........네덜란드에도 사이비 마사지가 유행입니까...OTL
  • 알렉세이 2009/07/15 11:08 #

    ......선진국의 미용도 웰빙의 가면을 쓴 마사지 앞에서는 그저 아웃오브 안중입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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