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무리들이 압력을 넣어 연구를 방해하다니. ... 과학이 있고 비과학이 있으면 비과학은 과학적인 모임에 참여할 수 없을 터인데...
이것은 발할라 Valhalla 소재 뉴욕 의과대학의 덜랜드 피시 Durland Fish가 1992년 버지니아 앨링턴에서 열린 제5차 보렐리아 관절염 회의의 기획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다. 그의 마음이 상한 것은 위원회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부했던 논문들이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즉 학자가 아닌 임상의사가 쓴 이 논문들은 환자 후원 단체의 압력 때문에 거부되었다. 물의를 일으킨 논문에 대한 기본 의혹은 이 보고서에 묘사된 환자들이 실제로 라임병으로 고통받고 있고 또한 적절한 치료도 받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피시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라임병(발진, 발열, 관절통, 만성 피로감, 국부마비 등을 보이는 감염질환)이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났을 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한다. 과학자들이 명확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결론을 추정하면서 매우 비현실적이고 엉뚱하고 근거없는 이야기들을 무시하려고 할 때에는 그들의 주장을 재고해 보아야 한다.
비과학자(일반인)들이 산딸기잼으로 인한 울화증을 호소하거나 송전탑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말할 때 과학자들은 교묘하게
<불합리하다>라는 말로 둘러댄다. 물론 사회운동가나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과학자들의 조바심은 대부분 확실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1983년 3월에 알려진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라는 미생물과 미국 연구자 그룹의 경우에는 일반인들이 옳았고 오히려 전문가들이 틀렸다. 일반 관찰자가 나선형 - 매독균과 비슷한 형태로서 1980년대 초반까지는 자세한 성질이 알려지지 않았다. -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를 본 결과가 오히려 전문가들이 교과서적인 지식을 휘두른 것보다 믿을 만했던 것이다.
이 극적인 이야기는 1975년에 코네티컷의 한 사려 깊은 어머니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인구가 5천 명인 올드라임 Old Lyme이라는 한 마을에서 12명이나 되는 어린이들이 청소년 류머티즘 관절염이라는 병으로 쓰러지는 것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지역 의사들은 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찌해야 할 지 몰라 걱정을 하면서 주 보건과에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같은 무렵에 어떤 사람도 예일 대학교 류머티즘 병원에 자신의 마을에 <전염성 관절염>이 발생한 것 같다고 전화를 했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게 신중한 코네티컷 주 보건 감시 기관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처음에 공무원들은 올드라임에 대한 제보를 그다지 믿지 않았고 조사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도 무시했다. 관절염이 전염성 질병이라는 말을 어느 누가 들어보기나 했겠는가? 관절염은 전염병이 아니고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퇴행성 질병일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천연두나 홍역처럼 어떤 지역 내에서 번지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예일 대학교의 한 연구팀이 그녀의 신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조사를 했다. 과학자들은 1977년까지 올드라임과 그 주변에서 분명히 관절염이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관절은 쑤셨고, 목은 뻣뻣했으며, 머리가 지끈거렸고, 열도 났다. 이 병에는 두 가지 독특한 성질이 있는데, 하나는 주로 여름에 발생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부에 특이한 반점이 생긴 지 몇 주 후에 병증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의문에 대한 첫번째 실마리가 풀린 것은 한 환자가 진드기에게 반점 주변을 물린 일을 기억해내고서였다. 뒤이어 연구자들은 사슴이 옳겨온 특별한 종류의 진드기를 찾아냈고, 곧 병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미생물을 밝혀냈다. 게다가 검출 작업을 통해 진드기로부터 특징적인 나선형 균을 분리해냈고, 라임 관절염 희생자의 혈액에서 이 미생물에 대한 항체를 확인했다. 항체 반응이 양성이면 병에 감염된 것이다. 즉 연구자들이 환자의 혈액에서 나선형 균을 직접 분리해내면서 이 <조각 맞추기>의 마지막 조각까지 맞추게 된 것이다. 윌리 버그도퍼 Willy Burgdorfer와 동료 연구자들은 이 역사적인 발견을 1983년 3월 31일자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발표했다. 곧 이 미생물은 - 하워드 리케츠 Howard Ricketts, 스타니슬라우스 폰 프로바제크 Stanislaus von Prowazek의 경우처럼 - 버그도퍼의 공적을 기려 부르그도르페리라 불리게 되었다.

<라임병>은 그 이후에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보고되었다. 마샤 배리나가 Marcia Barinaga는 1992년 6월 5일자 <사이언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병을 옮기는 진드기가 우글거리는 잔디밭이 펼쳐진 북동부 지역에서는 1980년대 초반부터 수만 명이 라임병에 걸렸고 이 병에 대한 두려움이 고조되었다.> 미국의 이 지역에서는 흰발 붉은쥐 white-fooded mouse가 오랫동안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의 <보균 숙주>로 활동했다고 밝혀졌다.사슴진드기는 생쥐로부터 나선형 균을 얻어서 이것을 다시 사람들에게 전해주었다.
한편 캘리포니아에서는 서부검은다리진드기 western black-legged tick(물렁진드기과의 일종)라고 불리는 진드기가 나선형 균을 옮긴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보균 동물은 오랫동안 의혹으로 남아 있었다. 생쥐가 매개 동물이 아닌 것은 분명했고, 다른 종류의 매개 동물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리처드 브라운 Richard Brown과 로버트 레인 Robert Lane이 1992년 6월 5일자 <사이언스>에 라임병의 매개 동물은 캘리포니아에서 매우 흔한 검은발숲쥐 dusky-footed woodrat였다고 밝혔다. 이 경우에는 두 종류의 진드기가 관여하는데, 서부검은다리진드기가 사람에게 나선형 균을 전달하고 다른 종류의 진드기가 숲쥐의 감염을 유지한다.

이 병은 호주를 비롯하여 영국의 뉴포레스트에서도 알려졌다. 물론 이 병이 발견되어 알려져서 적당한 명명이 되기 전에도 그곳에서 발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병에 대해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감염에 관한 연구를 촉진시킨 것은 아무래도 전문가들보다는, 그때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의 출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지라고 하겠다.
1977년 이전에는 피시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전염성 관절염>을 비과학이라고 홀대하는 데 어떤 이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이 틀렸던 것은 아닐까?
참고문헌 : 미생물의 힘
추가자료 : http://blog.naver.com/lupin21kr?Redirect=Log&logNo=50042008676





덧글
유익한 지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