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와 바위를 부수는 파괴자 - 질소 고정 세균 미생물/의학/독

미생물이 양배추 잎을 썩히거나 우유를 상하게 하거나 치즈에 구멍을 내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음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바위와 같이 단단한 물질도 부스러뜨릴 수 있다. 다소 생소하기는 하지만 이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세균이 돌을 부순다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알려져 왔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 세균은 질소를 <고정>하여 식물에게 질소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건물이나 기념물에 아주 심각한 해를 끼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세균은 아주 작은 생명체인 동시에 지구 안쪽 깊숙한 곳에서 바위를 다듬는 조각가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대기 오염은 인간을 위협하고 있으며 몇몇 경우에는 역사적인 건물을 파괴하기도 한다. 건물은 자연의 물리,화학적 과정 때문에 <풍화>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산업 활동에 따라 대기 중으로 방출된 산성 물질에 의해 훼손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석탄과 가스의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선 매년 수백만 톤의 유해 가스가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왔으며, 이 때문에 많은 건물과 조형물이 부식되고 있다. 그 주범은 이산화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물에 녹아 황산을 만들고 황산은 석회암을 부식시킨다. 자동차 배기 가스 및 다른 것에서 나오는 산화질소에 의해서도 부식이 일어나는데, 이 역시 물과 만나면 질산과 아질산을 만든다.

이런 현상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함부르크의 식물학 및 미생물학 연구소의 미생물학자인 에버하르트 보크 Eberhard Bock와 그 동료들이 이루어낸 연구를 보면 이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들이 발견한 바로는 세균 역시 건물이나 기념물을 부식시키는 데 깊숙이 연루되어 있다. 이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으로서, 미생물 또한 치명적인 해를 일으키는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전에는 흙과 물 속에만 존재하면서 질소를 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세균이 말이다. 실제로 질소 고정균은 지구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화학 공장에서 화학 비료를 생산하는 것이 토양의 비옥도를 유지하거나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긴 하지만, 질소 순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흙이나 물 속에 살고 있는 세균들이다(다른 물질의 순환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크의 연구에 의하면 흙을 기름지게 하여 사람들에게는 물론 생태계 전체의 안녕을 책임지고 있는 이 미생물이 사실상 <이중생활>을 한 셈이다. 이들은 농업에는 큰 이익을 주지만 아름다운 건물이나 기념물에는 부식으로 인한 피해를 준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러한 부식에 대한 첫 실마리는 보크가 전자 현미경으로 콘크리트 사암의 내부를 관찰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다른 미생물학자들은 이에 대해서 회의적이었지만 보크는 이 세균이 <(치아에 붙어 산을 생성하는 세균처럼) 건물을 부식시킨다고 믿었다. 그의 발견은 정확했다. 그 안에는 상당한 수의 세균이 있었으며 자세한 조사를 통해 그것이 질소 고정균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보크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쾰른과 레겐스부르크의 대성당은 물론이고 뮌헨과 가인하우젠의 또다른 옛 건물에서도 니트로소모나스(Nitrosomonas)나 니트로박테르(Nitrobacter)등의 세균이 파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암모니아를 아질산 nitrous acid으로 바꾸는 종류와 아질산을 질산 nitric acid으로 바꾸는 종류로 나뉘며, 바위의 알칼리 결합 물질을 녹여 버린다.

이러한 부식 과정이 오래전에 발견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미생물의 작용이 물질의 내부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가 내리거나 폭풍이 치기 전에 먼지와 함께 표면에 붙는다. 햇빛에 민감하기 때문에 물기를 타고 표면 바로 아래에 이르러야 비로소 왕성하게 자라기 시작한다. 쾰른과 레겐스부르크 대성당의 사암은 5mm의 깊이까지 질소 고정균으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
쾰른 대성당

레겐스부르크 대성당


이 미생물이 보여주는 놀라운 능력은 함부르크 연구자들이 쾰른 근처의 발전소 냉각탑에서 분리한 니트로박테르와 니트로소모나스를 각각 60cm X 11cm X 7cm 크기의 콘크리트 덩이에 접종한 실험에서 잘 드러났다. 이 세균들은 일년 동안 각 콘크리트 덩이에서 원래의 표면을 깡그리 분리시켰으며 14ml의 질산(65%의 고농도)을 만들어냈다. 이 질산은 콘크리트의 성분과 결합하여 질산칼슘을 만들었다. 이 세균은 질산에 대해 저항력이 있었다. 보크는 자연 사암에서도 이와 같은 과정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질산화세균(nitrifying bacteria)
세균이 지구의 표면에서 자연 사암을 깨뜨린다면 땅 속 바위에 대해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것은 텍사스 대학교의 프란츠 히베르트 Franz Hiebert와 필립 베닛 Philip Bennett이 행한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몇 년 전 다른 연구자들이 버지니아의 지하 3천미터 탐사공 바닥에서 산을 만드는 살아 있는 세균을 발견했다. 이 세균은 정말 그곳에서 바위를 부순 것일까? 그리고 원유를 쉽게 추출할 수 있도록 유전의 밑바닥 바위에서부터 작은 구멍들을 연결해 주었던 것일까?

1979년 미네소타에서 송유관이 폭파되었을 때 히베르트와 베닛은 석유로 오염된 대수층(지하수가 있는 다공질의 삼투성 지층)에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물론 정상적인 환경은 아니었지만, 세균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기름을 먹고 사는 곳이었기에 조사하기가 적합했다. 그들은 장석과 수정 조각이 들어 있고 작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플라스틱 관을 대수층에 있는 정(井)까지 내려보냈다. 14개월이 지난 후에 시료를 회수하여 조사해 보니, 장석은 상당히 패여 있었고 수정에도 실금이 나 있었다. 물론 시료에는 세균 덩이가 있었고 표면이 가장 많이 부식되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실험 결과가 미생물이 땅 속 세계의 변화에 관여한다는 증거는 아니다. 하지만 땅 속 수천 미터에서 이와 비슷한 미생물이 검출된 것은 분명 그런 미생물 활동이 있음을 의미한다. 미생물이 자연 속에서 굉장히 단단한 물질도 부식시킨다는 필립 베닛의 발견으로 <미생물이 우리가 본 비생물학적이고 매우 느리게 일어나는 지질학적 과정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다.

라임병의 발견 -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Borrelia burgdorferi) 미생물/의학/독

이런 무리들이 압력을 넣어 연구를 방해하다니. ... 과학이 있고 비과학이 있으면 비과학은 과학적인 모임에 참여할 수 없을 터인데...


이것은 발할라 Valhalla 소재 뉴욕 의과대학의 덜랜드 피시 Durland Fish가 1992년 버지니아 앨링턴에서 열린 제5차 보렐리아 관절염 회의의 기획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다. 그의 마음이 상한 것은 위원회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부했던 논문들이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즉 학자가 아닌 임상의사가 쓴 이 논문들은 환자 후원 단체의 압력 때문에 거부되었다. 물의를 일으킨 논문에 대한 기본 의혹은 이 보고서에 묘사된 환자들이 실제로 라임병으로 고통받고 있고 또한 적절한 치료도 받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피시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라임병(발진, 발열, 관절통, 만성 피로감, 국부마비 등을 보이는 감염질환)이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났을 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한다. 과학자들이 명확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결론을 추정하면서 매우 비현실적이고 엉뚱하고 근거없는 이야기들을 무시하려고 할 때에는 그들의 주장을 재고해 보아야 한다.

비과학자(일반인)들이 산딸기잼으로 인한 울화증을 호소하거나 송전탑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말할 때 과학자들은 교묘하게
<불합리하다>라는 말로 둘러댄다. 물론 사회운동가나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과학자들의 조바심은 대부분 확실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1983년 3월에 알려진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라는 미생물과 미국 연구자 그룹의 경우에는 일반인들이 옳았고 오히려 전문가들이 틀렸다. 일반 관찰자가 나선형 - 매독균과 비슷한 형태로서 1980년대 초반까지는 자세한 성질이 알려지지 않았다. -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를 본 결과가 오히려 전문가들이 교과서적인 지식을 휘두른 것보다 믿을 만했던 것이다.

이 극적인 이야기는 1975년에 코네티컷의 한 사려 깊은 어머니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인구가 5천 명인 올드라임 Old Lyme이라는 한 마을에서 12명이나 되는 어린이들이 청소년 류머티즘 관절염이라는 병으로 쓰러지는 것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지역 의사들은 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찌해야 할 지 몰라 걱정을 하면서 주 보건과에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같은 무렵에 어떤 사람도 예일 대학교 류머티즘 병원에 자신의 마을에 <전염성 관절염>이 발생한 것 같다고 전화를 했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게 신중한 코네티컷 주 보건 감시 기관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처음에 공무원들은 올드라임에 대한 제보를 그다지 믿지 않았고 조사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도 무시했다. 관절염이 전염성 질병이라는 말을 어느 누가 들어보기나 했겠는가? 관절염은 전염병이 아니고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퇴행성 질병일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천연두나 홍역처럼 어떤 지역 내에서 번지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예일 대학교의 한 연구팀이 그녀의 신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조사를 했다. 과학자들은 1977년까지 올드라임과 그 주변에서 분명히 관절염이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관절은 쑤셨고, 목은 뻣뻣했으며, 머리가 지끈거렸고, 열도 났다. 이 병에는 두 가지 독특한 성질이 있는데, 하나는 주로 여름에 발생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부에 특이한 반점이 생긴 지 몇 주 후에 병증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라임병의 특징적 홍반



의문에 대한 첫번째 실마리가 풀린 것은 한 환자가 진드기에게 반점 주변을 물린 일을 기억해내고서였다. 뒤이어 연구자들은 사슴이 옳겨온 특별한 종류의 진드기를 찾아냈고, 곧 병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미생물을 밝혀냈다. 게다가 검출 작업을 통해 진드기로부터 특징적인 나선형 균을 분리해냈고, 라임 관절염 희생자의 혈액에서 이 미생물에 대한 항체를 확인했다. 항체 반응이 양성이면 병에 감염된 것이다. 즉 연구자들이 환자의 혈액에서 나선형 균을 직접 분리해내면서 이 <조각 맞추기>의 마지막 조각까지 맞추게 된 것이다. 윌리 버그도퍼 Willy Burgdorfer와 동료 연구자들은 이 역사적인 발견을 1983년 3월 31일자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발표했다. 곧 이 미생물은 - 하워드 리케츠 Howard Ricketts, 스타니슬라우스 폰 프로바제크 Stanislaus von Prowazek의 경우처럼 - 버그도퍼의 공적을 기려 부르그도르페리라 불리게 되었다.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Borrelia burgdorferi)



<라임병>은 그 이후에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보고되었다. 마샤 배리나가 Marcia Barinaga는 1992년 6월 5일자 <사이언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병을 옮기는 진드기가 우글거리는 잔디밭이 펼쳐진 북동부 지역에서는 1980년대 초반부터 수만 명이 라임병에 걸렸고 이 병에 대한 두려움이 고조되었다.> 미국의 이 지역에서는 흰발 붉은쥐 white-fooded mouse가 오랫동안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의 <보균 숙주>로 활동했다고 밝혀졌다.사슴진드기는 생쥐로부터 나선형 균을 얻어서 이것을 다시 사람들에게 전해주었다. 

한편 캘리포니아에서는 서부검은다리진드기 western black-legged tick(물렁진드기과의 일종)라고 불리는 진드기가 나선형 균을 옮긴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보균 동물은 오랫동안 의혹으로 남아 있었다. 생쥐가 매개 동물이 아닌 것은 분명했고, 다른 종류의 매개 동물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리처드 브라운 Richard Brown과 로버트 레인 Robert Lane이 1992년 6월 5일자 <사이언스>에 라임병의 매개 동물은 캘리포니아에서 매우 흔한 검은발숲쥐 dusky-footed woodrat였다고 밝혔다. 이 경우에는 두 종류의 진드기가 관여하는데, 서부검은다리진드기가 사람에게 나선형 균을 전달하고 다른 종류의 진드기가 숲쥐의 감염을 유지한다.

서부검은다리진드기 western black-legged tick


이 병은 호주를 비롯하여 영국의 뉴포레스트에서도 알려졌다. 물론 이 병이 발견되어 알려져서 적당한 명명이 되기 전에도 그곳에서 발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병에 대해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감염에 관한 연구를 촉진시킨 것은 아무래도 전문가들보다는, 그때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의 출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지라고 하겠다.

1977년 이전에는 피시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전염성 관절염>을 비과학이라고 홀대하는 데 어떤 이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이 틀렸던 것은 아닐까?

참고문헌 : 미생물의 힘
추가자료 : http://blog.naver.com/lupin21kr?Redirect=Log&logNo=50042008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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